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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자아성찰

상처에서 벗어나기

by 진요셉 2020. 10.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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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에서 벗어나기 

 

한 번도 밖으로 꺼내지 못했던 

저의 상처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이거 숙제 좀 해줘"

초등학생 때 

가장 듣기 싫었던 말입니다.

 

어렸을 적 저를 괴롭혔던 

아이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기 때문이죠.

 

초등학교 3학년 때

같은 반으로 만났던 아이에게 

괴롭힘을 당했었습니다.

 

소위 말하는 일진이었던 

그 아이는 저 뿐만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괴롭히는 친구였습니다.

 

저는 주로 그 아이의 숙제를 

대신해주는 숙제 셔틀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왜 고분고분 해주었을까 하지만 

당시 어린 저에게 그 아이는 

참 무서운 존재였습니다.

 

그 아이에게 잘 못 보이면 

학교생활이 끝날 것만 같더군요.

 

'그래 1년만 참자, 같은 반만 벗어나면 

이런 일 안해도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1년을 견뎠지만 가혹하게도

5학년 때 그 아이와 또 같은 반이 되었습니다.

 

숙제를 대신 하는 것보다 

그 아이를 매일 같은 반에서 

볼 생각에 가슴이 답답했습니다.

 

그래도 꾹 참았습니다.

어쨌든 시간은 가기 마련이니까요.

 

시간이 흘러 6학년이 되며

그 아이와는 다른 반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저를 찾아오며 

숙제 셔틀을 시키더군요.

 

저에겐 돌파구가 필요했습니다.

도저히 이 답답한 생활을 

계속할 자신이 없었습니다.

 

어린 나이의 저는 난생처음으로

싸움을 결심했습니다.

 

선전포고를 하고 그 아이와 싸워 

운이 좋게 이겼습니다.

 

애들 싸움에서는 

먼저 코피가 나면 지는 거니까요ㅎㅎ

 

그 이후에 괴롭힘은 없어졌습니다.

 

그런데 제게 아주 안 좋은 

생각이 자리 잡혀버렸습니다.

 

'내가 이때까지 괴롭힘을 받았던 

이유는 힘이 약해서였구나'라는 생각입니다.

 

그 생각을 가지고 중학생 시절을 

보낸 거 같습니다. 

 

친구들을 괴롭히진 않았지만 

괴롭힘을 당하는 친구들을 보고

도와주지도 않았습니다. 

 

약한 친구들을 도와주다가 

나도 다시 괴롭힘을 당하게 될까 

무서웠던 거 같습니다.

 

그렇게 방관자가 되어 눈치를 보고 

외면하며 살아왔습니다.

 

부끄럽고 친구들에게 

참 미안한 과거로 남아있습니다.

 

시간이 지나 군생활을 하고 있을 때

우연히 알게 된 김창옥 교수님의 

강연에서 상처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상처를 받은 나는 그대로

얼어버린다고 하더군요.

 

마음속에서 얼어버린 나에게 

타인이 상처를 줄 수는 없지만

시간이 지나도 어른으로 자라지 못한 채 

그 상태로 남아 있습니다.

 

마치 얼음 땡 놀이처럼 

술래가 자신을 잡으려고 할 때 

'얼음'을 외치면 절대 

나를 해 치치 못하는 대신 

누군가 '땡'을 해주기 전까지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하는 것과

같이 말이죠.

 

얼음 상태의 마음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두 가지라고 합니다.

 

하나는 다른 사람이 나에게

다가와서 땡을 해줄 때까지 

기다리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스스로 자신에게

땡을 해주는 것이죠.

 

저는 두 번째 방법으로 

얼어 있던 아이를 안아주었습니다.

 

누군가의 땡을 기다리고 있기엔

앞으로 남아 있는 저의 삶이

너무나 소중했기 때문입니다.

 

공포로 짓눌려 있고

죄책감에 빠져 있던 

어린 시절의 저에게 

"많이 힘들었지? 괜찮아"라고 

말해주었습니다.

 

누구나 저마다의 상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상처에는 연고를 바르고 

치료를 해주는 것이 당연합니다.

 

지금의 내가 과거의 상처 받은 

나에게 찾아가서 연고를 발라주고

치료를 해준다면 

보다 건강한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과거의 자기 자신을 도움으로

상처에서 벗어나게 된다면

다른 사람에게도 꼭 필요한 

도움을 줄 수 있게 되겠지요.

 

상처 대신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는 모두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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